일반적 '백성'들에게... '태평성대'(太平聖代)라는 말은 가슴 뛰는 이상향(理想鄕)처럼 들리기도 합니다. 늘 말로만 듣던, 옛이야기에나 나오던 말이었기에, 언제 경험할 수 있을까.. 과연 만나볼 수나 있을까... 하는 상상과 바램만 펼칠 뿐입니다.
2014년 9월, 인천 을왕리의 '선녀바위 선착장'은 살짝 언덕을 올라서야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리 크지 않은 해안가의 모습이었습니다. 그러나 바닷가 끝의 풍경에서 언듯 상상하기 어려운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일렉기타의 선율에 의구심을 갖고 쫓아가다가 살짝 그 언덕을 올라서면..., 마치 숨어있는 의적(義賊)들의 마을에라도 온 듯한 의외의 풍경들을 발견하게 됩니다. 어떤 이는 <해리포터>(Harry Potter) 이야기의 숨어 있는 마법장터 '다이애건 앨리'( Diagon Alley)를 떠 올렸다고도 합니다.
<PTM>의 이태원 버스킹이 통해서 였을까요, 페이스북 마케팅이 통해서 였을까요, 해변에는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이 제법 섞여 있어서 바닷가 끝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의 느낌이 더 했던 것 같습니다.
<얼씨고 빌리지>(이하 '얼씨고')에서는 강강수월래 워크샵이나 비빔밥게더링, 일월오봉도 앞에서 한복 포토타임 같은 공동체적 행사들이 초가을 바닷가에 흥을 불어 넣기도 했습니다.
그러나 무엇보다 저녁이 찾아오기 시작하면, 왠지 모를 마법같은 기운이 바닷가와 <얼씨고> 마을을 감싸안는 듯 했습니다.
바닷가 모래사장들을 따라 세워진 <얼씨고> 텐트들을 따라 작은 모닥불들이 피워지고, 음식들이 요리되던 식당 큰텐트에서는 신선한 재료들로 요리되는 다양한 음식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.
깊어지고 길어지는 노을과 초저녁 별들이 <얼씨고> 스테이지의 솟대에 걸리기 시작하면, 슬슬 뮤지션들의 리허설과 워밍업이 시작되곤 했습니다. 그런데 그 모습이나 풍광, 소리까지도 그냥 모래밭에 앉아 듣고 있어도 참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.
이윽고 어둠이 <얼씨고> 마을의 해변을 모두 뒤덮으면, 바로 그 때부터 본격적인 얼씨고의 뮤직 스테이지가 뜨겁게 마을을 달구기 시작합니다.
도깨비들의 축제처럼 마을을 띄우는 디제잉이 휩쓸고 지나가면, 어느새 아프리카 선율과 가야금의 가락, 바이얼린의 뒤엉킴이 밤바닷가와 더불어 신비로운 풍광을 만들어 냅니다.
게다가 <얼씨고>의 밤은 음악과 캠프파이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.
<얼씨고>의 한편에서는 한국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어떻게 문화사업의 틀을 변화시켜 가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. 'CBP'(Culture Based Platform)란 키워드로 진행된 미니세미나는 <얼씨고>를 찾았던 여러 지방의 문화예술 활동가들, 사회/언론 전문가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.
특히 한국 지방축제의 틀을 업그레이했던 함평 '나비축제'를 만드신 주인공이자 문화 크리에이터인 이석형 前함평군수님도 함께 참여해 주셨습니다.
그렇게 <얼씨고> 마을의 시간과 음악은 익어가고..
그리고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달이 뜨고...
<얼씨고>의 삼일간은 록스타들과 광란의 이벤트가 넘치는 화려한 뮤직페스티벌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과 느낌들을 갖고 있었습니다.
서포터즈였던 '얄개'들과 <얼씨고> 스탭들의 분주한 움직임들은, 비록 처음이지만, 이 <얼씨고> 마을을 정말 태평성대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자 했던 것이었고, 함께 한 아티스트들과 마을에 기거(?)했던 사람들은 이 새로운 취지와 시도에 흥쾌히 함께 해 주었습니다.
삼일간의 태평성대가 지나고 다시 선녀바위 선착장의 바닷가는 그 바닷가로 돌아가고, 이제 그 마을에 모였던 사람들도 모두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갔습니다...
언제 다시 또 그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마을광장이 열릴까요.
다음 번에는 영웅호걸들도 모이는 큰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...
태평성대를 위해.
얼.씨.고 빌.리.지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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